서구 중심의 건축계를 뒤흔든 아프리카의 거장
2022년 봄, 전 세계 건축계의 이목이 집중된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심사위원단은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건축가를 수상자로 호명했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의 작고 가난한 마을 '간도(Gando)'에서 태어난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Diébédo Francis Kéré)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현대 건축계의 최고 권위상인 프리츠커상은 주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거대한 미술관, 초고층 빌딩, 혹은 기하학적이고 파격적인 랜드마크를 설계한 서구권의 '스타 건축가(Starchitect)'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기후 위기와 극심한 빈부 격차가 전 지구적 문제로 대두된 오늘날, 심사위원단은 가장 가난한 대지의 흙과 주민들의 땀방울을 결합하여 경이로운 윤리적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케레의 작업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의 수상은 현대 건축이 더 이상 자본주의의 화려한 외관을 치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외된 지역 사회의 삶을 실질적으로 구원하고 공동체의 굳건한 연대를 복원하는 가장 강력하고 인도주의적인 실천이어야 한다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극적인 전환을 상징한다.
마을이 함께 지어 올린 희망, 간도 초등학교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선진 건축 공학을 익힌 케레는, 졸업 후 화려한 유럽의 설계 사무소에 남는 대신 고향인 부르키나파소의 빈민촌으로 돌아갔다. 그가 고향에 돌아와 가장 먼저 착수한 프로젝트는 마을 아이들을 위한 '간도 초등학교(Gando Primary School)'를 짓는 일이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마실 물조차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값비싼 에어컨이나 서구식 콘크리트 자재를 수입해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케레는 마을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붉은 흙(Clay)에 시멘트를 소량 섞어 압축한 흙벽돌을 건축의 뼈대로 삼았다. 흙벽돌은 한낮의 맹렬한 열기를 빨아들였다가 밤이 되면 차갑게 식으며 실내 온도를 조절해 주는 천연 에어컨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우기에 쏟아지는 폭우로부터 흙벽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위에는 거대한 양철 지붕을 덮었는데, 핵심은 흙벽과 지붕 사이를 철제 트러스로 띄워 거대한 '통풍 공간(Air Gap)'을 만들어 낸 것이다. 뜨거워진 양철 지붕 아래의 공기는 이 틈새를 통해 빠르게 빠져나가며, 교실 내부는 에어컨 없이도 항상 서늘하고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무엇보다 이 학교는 외부의 건설 노동자가 아니라, 마을의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하여 맨손으로 진흙을 다지고 돌을 날라 완성했다. 건축이 단순히 공간을 물리적으로 조립하는 행위를 넘어, 글을 읽지 못하던 주민들에게 건설 기술을 가르치고 마을의 긍지를 되살려내는 위대한 교육과 연대의 과정으로 승화된 것이다.
바람을 거르는 나무의 장막, 숄레 중학교
간도 초등학교의 성공 이후, 케레는 부르키나파소 제3의 도시 쿠두구(Koudougou)에 '숄레 중학교(Lycée Schorge Secondary School)'를 설계하며 토속 재료와 현대 공학의 융합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이 건물의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 전체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빽빽한 나무기둥 장막이다.

이 나무기둥들은 땔감으로나 쓰이던 척박한 아프리카의 토종 식물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를 잘라 세운 것이다. 유칼립투스 나무 장막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모래 먼지를 걸러내는 훌륭한 방풍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직사광선을 부드럽게 차단하여 교실 복도 주변에 시원한 그늘과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건물의 주재료로는 이 지역에서 쉽게 채굴할 수 있는 붉은색 라테라이트(Laterite) 암석을 사용했다. 흙처럼 무르지만 공기 중에 노출되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는 라테라이트의 성질을 활용하여, 벽돌로 잘라 쌓아 올림으로써 압도적인 열 용량을 확보했다. 또한, 교실 천장에는 물결치는 형태의 독특한 아치형 콘크리트 환기구를 뚫어, 교실 안의 더운 공기가 자연스러운 대류 현상을 통해 지붕 위로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유도했다. 현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보잘것없는 재료들이, 케레의 정밀한 유체역학적 계산과 구조적 미학을 만나 수백억 원짜리 하이테크 건축물 부럽지 않은 완벽한 친환경 생태 교실로 재탄생한 것이다.
공동체를 품는 바오밥나무, 서펜타인 파빌리온
아프리카의 척박한 대지에서 묵묵히 흙을 빚어온 케레의 철학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들만이 초청받는 영국 런던 켄싱턴 가든의 '서펜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 프로젝트(2017년)를 통해 세계 문화의 중심부로 화려하게 진출했다. 케레는 이 임시 파빌리온의 디자인 모티브를 자신의 고향인 아프리카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거대한 '바오밥나무(Baobab Tree)'에서 가져왔다. 아프리카에서 거대한 나무의 그늘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더위를 식히고, 중요한 회의를 열며, 잔치를 벌이는 가장 신성하고 절대적인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다.

그는 푸른색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서아프리카의 전통 직물에서 영감을 받아, 파빌리온의 외벽을 짙은 인디고 블루(Indigo Blue) 색상의 목조 블록으로 직조하듯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거대한 원형 지붕(Canopy)은 마치 우산처럼 펼쳐져 영국의 궂은 비와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며, 지붕의 중심부는 깔때기처럼 움푹 파여 있어 비가 오면 빗물이 파빌리온 정중앙의 오큘러스(Oculus)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폭포수처럼 쏟아지도록 설계되었다. 모인 빗물은 바닥의 배수 시스템을 통해 공원 주변의 식물들에게 공급된다. 아프리카의 가뭄 속에서 물을 신성하게 여기던 척박한 문화적 배경이, 비가 잦은 런던의 기후와 만나 물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축하하는 거대한 빗물 수집 장치이자 즐거운 놀이터로 승화된 것이다.
진정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건축의 완성
우리는 종종 '친환경 건축'이나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번쩍이고 인공지능이 실내 온도를 통제하는 값비싼 하이테크 빌딩을 떠올린다. 그러나 프란시스 케레의 건축은 기술적 화려함이나 막대한 자본의 투입 없이도, 건축이 얼마나 깊은 차원의 지속가능성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묵묵히 증명한다. 그의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콘크리트나 유리가 아니라, 그 땅에서 수천 년간 뒹굴던 붉은 흙과 바람,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협동심이다. 가난한 주민들 스스로가 건물을 짓고 수리할 수 있는 기술적 자립을 돕고, 고가의 기계 장치 대신 자연의 통풍과 그림자를 이용해 기후에 완벽하게 순응하는 그의 공간들은, 소외된 계층에게 바치는 가장 숭고한 헌사이자 윤리적 미학의 결정체다.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현대 도시의 차가운 마천루들 사이에서, 프란시스 케레가 맨손으로 빚어낸 붉은 흙의 성소들은 건축이 끝내 지켜내야 할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오늘날 전 세계를 향해 가장 강렬하고도 따뜻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참고자료 출처:
- 2022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심사위원단 공식 평가문 및 선정 사유
- 프란시스 케레 건축사무소(Kéré Architecture) 프로젝트 아카이브 (간도 초등학교, 숄레 중학교)
-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 2017 파빌리온 전시 기획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