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인구와 도시 문제에 직면하다
질문하신 '쿠바리치'의 정확한 명칭은 브라질 파라나주(Paraná)의 주도인 '쿠리치바(Curitiba)'다. 오늘날 세계 건축가들과 도시계획가들이 입을 모아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생태도시', '꿈의 도시'라 칭송하는 곳이지만, 이 도시의 출발이 처음부터 아름다웠던 것은 결코 아니다. 1970년대 브라질의 급격한 산업화와 맞물려 쿠리치바 역시 심각한 도시 병폐를 앓고 있었다. 농촌의 빈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들면서 40만 명이었던 인구는 단기간에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도심은 극심한 교통 체증과 매연으로 질식할 지경이었다. 외곽에는 쓰레기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거대한 판자촌(파벨라)이 형성되어 전염병의 온상이 되고 있었다. 당시 브라질 중앙정부는 빚을 내어 고가도로를 뚫고 지하철을 건설하는 전통적인 토목 공사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1971년, 서른네 살의 젊은 건축가 출신 시장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가 취임하면서 쿠리치바의 운명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진입하게 된다. 그는 막대한 자본과 콘크리트에 의존하는 토목 공학 대신, 발상의 전환과 인간 중심의 철학을 무기 삼아 도시를 치열하게 수술대에 올렸다.
땅 위를 달리는 지하철, 원통형 정류장과 BRT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 마주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통지옥이었다. 하지만 쿠리치바 시청의 금고에는 1km당 1억 달러가 넘게 드는 지하철을 건설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그는 지하철의 장점을 '지상'의 버스 시스템에 그대로 이식하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른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Bus Rapid Transit)의 창안이다. 그는 도로 중앙에 버스 전용 차로를 만들고, 3대의 버스를 이어 붙인 거대한 굴절 버스를 투입하여 한 번에 270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도록 했다.

이 시스템의 화룡점정은 쿠리치바의 랜드마크가 된 '원통형 튜브 정류장(Tube Station)'이다. 기존 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승객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버스 기사에게 직접 요금을 지불하느라 정차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이었다. 레르네르는 정류장을 지하철 개찰구처럼 개조했다. 시민들은 튜브 정류장에 들어갈 때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대기하다가, 버스가 도착하면 정류장과 버스의 바닥 높이가 수평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발판을 통해 지하철을 타듯 휠체어나 유모차도 단 2~3초 만에 빠르게 탑승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하철 건설 비용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돈으로 지하철과 똑같은 정시성과 수송 능력을 갖춘 지상의 교통 혁명이 완성된 것이다. 오늘날 쿠리치바 시민의 70% 이상이 자가용 대신 이 쾌적하고 저렴한 BRT를 이용하며 도심의 매연과 교통 체증을 극적으로 줄여냈다.
자동차를 쫓아내고 꽃을 심다, 루아 다스 플로레스
교통망을 정비한 레르네르는 도시의 중심을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에게 온전히 돌려주기 위한 파격적인 실험에 돌입했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번화가 '11월 15일 거리(Rua XV de Novembro)'를 브라질 최초의 보행자 전용 거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차가 사라지면 상권이 완전히 죽을 것이라며 상인들이 격렬하게 반대하자, 시장은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단 72시간 동안 수백 명의 인부를 동원해 기습적으로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보도블록을 깐 뒤 수만 송이의 꽃과 나무를 심어버렸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의 시민들과 상인들은 매연을 뿜던 도로가 하루아침에 아름다운 공원 같은 산책로로 변해 있는 기적을 목격했다. 이 거리가 바로 오늘날 세계적인 명소가 된 '꽃의 거리(Rua das Flores)'다. 차가 사라지자 오히려 걷기 편해진 거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주변 상점들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보행자를 위한 쾌적한 공간이 곧 도시의 가장 강력한 경제적 활력이 된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며, 이후 전 세계 수많은 대도시가 쿠리치바의 보행자 중심 설계를 벤치마킹하게 되었다.
쓰레기가 밥이 되는 마법, 녹색 교환 프로그램
인프라 구축을 넘어, 쿠리치바는 가장 취약한 빈민가의 위생과 빈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눈부신 창의성을 발휘했다. 판자촌의 좁은 골목길에는 거대한 쓰레기 수거차가 들어갈 수 없어 온갖 오물이 부패하고 쥐가 창궐하여 전염병이 돌고 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빈민가를 강제로 철거하는 폭력적인 방식 대신, 시청은 '녹색 교환(Cambio Verde)'이라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했다.빈민가 주민들이 골목에 방치된 쓰레기를 주워 분리수거를 한 뒤 정해진 수거장으로 가져오면, 그 무게를 달아 인근 농촌에서 과잉 생산된 싱싱한 농산물이나 달걀, 버스 토큰으로 교환해 준 것이다. 결과는 기적처럼 놀라웠다. 아이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앞다투어 골목길의 쓰레기를 앞장서 치웠고, 전염병으로 신음하던 판자촌은 단 몇 주 만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동네로 변모했다. 시청은 막대한 쓰레기 수거 비용과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했고, 빈민들은 신선한 식량과 이동의 자유를 얻었으며, 농민들은 버려지던 잉여 농산물을 시청에 제값 받고 팔 수 있었다. 단 하나의 정책이 환경, 복지, 보건, 그리고 농업 문제를 완벽한 톱니바퀴처럼 동시에 해결해 낸 진정한 행정적 예술이자 사회적 혁명이었다.
콘크리트 댐 대신 공원과 양 떼를 선택하다
도시 인프라를 구축할 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던 섬세한 노력은 수자원 관리에서도 눈부시게 돋보인다. 쿠리치바는 원래 비가 오면 홍수가 잦은 분지 지형이었다. 전통적인 토목 공학자들은 강둑에 거대한 콘크리트 제방을 쌓고 구불구불한 하천을 직선으로 펴는 방식(직강화)을 끈질기게 고집했다. 하지만 레르네르는 물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막는 대신, 강 주변의 저지대를 대량으로 사들여 거대한 자연 호수를 품은 공원들을 조성했다. 평소에는 시민들의 훌륭한 산책로와 휴식처가 되고, 우기에 강물이 넘치면 자연스럽게 공원의 호수가 빗물을 가득 품어내는 거대한 '자연 스펀지' 역할을 하도록 치밀하게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생태적 철학으로 탄생한 '바리구이 공원(Barigui Park)' 등 쿠리치바의 수많은 녹지대는 훼손된 도시의 생태계를 완벽하게 복원해 냈다. 나아가 시청은 이 거대한 공원의 잔디를 깎기 위해 화석 연료를 태우는 기계식 제초기를 돌리는 대신, 수백 마리의 양 떼를 공원에 풀어놓는 유쾌한 방식을 채택했다. 양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잔디를 먹어치워 생태적인 제초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양들이 남긴 배설물은 잔디를 더욱 푸르게 만드는 훌륭한 천연 비료가 되었다. 정기적으로 깎아낸 양털은 빈민 구호용 옷을 만드는 데 살뜰히 사용했다. 자연의 순환 고리를 건축과 도시 행정에 이토록 완벽하게 결합한 풍경은 쿠리치바가 왜 세계 최고의 생태 도시인지를 시각적이고 철학적으로 웅변한다.
참된 스마트 시티, 기술이 아닌 철학의 문제
오늘날 수많은 현대 도시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거대한 빅데이터망 등 눈부신 최첨단 기술을 쏟아부으며 자신들이 진정한 '미래형 스마트 시티'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전자 장비가 투입된 그 화려한 도시들이 여전히 교통 체증과 환경 오염, 잔인한 빈부 격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면 진정한 혁신은 기술력 하나로만 완성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쿠리치바의 눈부신 기적은 5G 초고속 통신망이나 수천억 원짜리 센서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다. 값비싼 지하철 대신 투명한 원통형 튜브로 시민들의 발을 쾌적하게 만들고, 강제 철거 대신 썩어가는 쓰레기를 갓 구운 빵으로 바꾸었으며, 차가운 콘크리트 제방 대신 찰랑이는 호수와 양 떼를 선택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철학과 단호한 정치적 결단'이 빚어낸 땀의 성과다. 가장 단순하고 투박한 적정 기술(Low-tech)에 가까운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사람을 향하고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때 거대 도시를 어떻게 극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지 보여준 위대한 서사시. 그것이 바로 197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지금까지 쿠리치바가 전 세계의 건축가들과 도시계획가들에게 묵묵히 가르치고 있는 진정한 생태 공학과 융합 도시의 근원적인 본질이다.
※ 참고자료 출처:
- 쿠리치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역사 및 설계 개요: https://en.wikipedia.org/wiki/Rede_Integrada_de_Transporte
-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의 도시 침술과 생태 철학: https://www.ted.com/talks/jaime_lerner_a_song_of_the_city
- 브라질 쿠리치바의 녹색 교환(Cambio Verde) 프로그램 경제적 파급 효과 및 성과 분석 논문 아카이브